4월 호법법회 봉행(4/3,수)
본문
살짝의 봄비가 오락가락하는 오늘은 갑진년 4월 호법법회일 입니다.
벽암 지홍스님은 “인욕(忍辱)의 향기”라는 법문을 통해,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참고 인내하는 시간이 있어야만 아름다운 꽃을 피울수 있다고 하십니다.
인욕하는 사람에게서는 아프게 견딘 세월만큼 속이 깊고 자비로움이 넘쳐나며
따뜻한 마음에서 향기가 뿜어 나온다고 하시네요.
어떠한 어려움이 있드라도 호법법회에 동참하여 호법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호법행자가 되어야하고 더많은 행자가 생겨나 호법이 꽃피우는 그날까지
열심히 발원하며 기도해 봅시다.
인욕(忍辱)의 향기
벽암 지홍스님
이제 들판 여기저기서 새싹과 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혹독했던 겨울 끝이라 봄꽃은 반가움을 더할 것이다. 그 짦은 절정의 순간을 위해 눈보라와 추위를 묵묵히 견디며 지나온 긴 시간이 싹트고 꽃으로 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꽃은 인욕의 빛깔이고 인욕의 향기다.
빠름, 빠름, 빠름을 강조하는 광고 문구처럼 요즈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기저기서 빠른 속도를 추구하고 있다. 애타게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깃들어야 겨우 얻어지던 과일이나 채소를 이제 하우스에서 사철 재배되고 있다. 덕분에 일상적인 욕구들은 빠르고 간단하게 해결한다.
과정이 어떠하든 결과만 좋으면 되고 참고 견디고 기다려야 하는 것은 낙오하고 실패한 루저(loser)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삶의 모습이 달라졌다 해도 세상은 급한 욕망으로 어쩔 수 없는 진리의 일정한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극복하지 않으면 제대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불만으로 가득 찬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크고 작은 성취도 일상의 작은 평화도 자기를 다스리는, 인욕의 시간 없이는 불가능하다. 내 뜻대로 해보려는 아집과 교만, 그리고 나태와 안일의 유혹까지,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번뇌와 습관들이 많다.
그것들과 싸워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씨 뿌리기 전 밭을 고르고 쉴 새 없이 솟아나는 잡풀을 뽑아 밭을 관리하는 일과 같다. 또한 세상은 변화무쌍하고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살다보면 갑작스레 닥치는 일들, 거부하면 바람의 방향을 거슬러 걷는 나그네처럼 더 힘들어진다.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허리가 불편한 한 가장이 시장 한 모퉁이에서 참외를 팔고 있다. 날씨 탓인지 찾는 손님도 별로 없다. 그의 아내는 동네 작은 식당에서 일하고, 학생인 큰딸이 집안일을 하며, 동생 공부를 챙기느라 바쁘다. 가족의 큰 걱정거리는 심하게 아픈 아빠의 허리다. 하지만 그는 웬만한 통증은 참고 견디며, 벌이도 시원치 않은 장사지만 쉬지 않는다. 모처럼 장사가 잘된 날은 아빠는 두 딸을 위해 치킨을 산다. 그리고 마중 나온 아내와 두 딸이 리어카를 밀고 그가 앞에서 끌며 집으로 향한다. 병고 속에서도 열심히 사는 그의 곁에서 말없이 응원하고 돕느라 애쓰는 그의 가족들은 그 긴 견딤의 시간을 원망보다는 서로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위로한다. 이렇게 서로에 기대어 견디며 열심히 사는 것이 인생이다.’
인욕은 분노나 원망으로 복수를 벼르는 일이 아니다. 과거 전생 부처님께서 인욕을 닦으실 때, 가리왕에게 몸이 베이는 고통을 당하고도 원망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셨다 한다.(금강경) 인욕은 어떤 고난도 상(相)을 내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마음을 열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시구처럼 꽃 한 송이도 긴 시간 인연의 성숙으로 피어난다. 그런데 어찌 세상사 일이 쉽게 저절로 되겠는가. 인과는 분명한 것이다. 인욕은 인과법을 믿고 마음을 비워가는 것이다. 그 열리고 빈 마음이 세상의 고통과 아픔을 품는다.
속 깊고 자비로운 마음이 인욕의 향기다. 화려한 겉모습에 매료된 사람보다는 아프게 견딘 시간을 함께한 사람이 한결 너그럽고 따뜻하게 다가오는 것은 인욕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지금 우리는 국민 대다수가 어려운 경제위기를 살고 있다. 어려울 때 일수록 서로에 기대어 견디어 내야한다. 그러면 사는게 좀 수월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