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회향법회(12/2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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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매서운 한파가 좀처럼 누구러 뜨릴 기미가 안보이는 오늘 동지 회향기도가 근래에 보기드문 많은 신도님들이 법당을 가득 메웠습니다.
스님들도 신명이 나셨는지 기도소리가 더욱 우렁찹니다. 음의 기운이 강한 동짓날, 내일부터는 조금씩 해도 길어질것이며 밝은 양의 기운이 들어 올 것입니다.
한해를 무사히 보낸 것에 감사하고 새해에 만복이 들어오길 기원하며 3일기도 회향으로 마무리 합니다.
어둠이 광명으로 바뀌는날, 동지
벽암 지홍스님
동지는 대설(大雪)과 소한(小寒) 사이에 있는 양력 12월 22일로 태양이 최남단{남회귀선}에 위치해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지는 태양력(太陽曆)의 역법(曆法)에서 역(曆)의 기산점(起算點)이 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더하다.
조선시대는 이때 새롭게 만들어지는 다음해의 달력을 관상감(觀象監)에서 '동문지보(同文之寶)'라 하여 임금에게 올리고 임금은 대신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동지는 24절기중의 하나이며, 1년중에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하지부터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여 동짓날에 이르러 극에 도달하고, 다음 날부터 차츰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서양인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축제를 벌여 태양신에 대한 제사를 올렸다.
옛날 중국에서 동지를 설로 삼은 것도 이날을 생명력과 광명의 부활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며, 역경의 복괘(復卦)를 11월, 즉 자월(子月)이라 해서 동짓달부터 시작한 것도 동지와 광명 부활이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동짓날은 천지신과 조상신께 제사를 하였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동지를 “아세 (亞歲: 버금가는 설)”라 했고, 민간에서는 흔히 “작은 설”이라 하였다. 태양의 부활을 뜻하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 가는 작은설의 대접을 받은 것이다. 그 유풍은 오늘날에도 여전해서 “동지를 지나야 한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는 말을 하였다.
옛사람들은 동짓날을 잘 관찰하여 몇 가지의 의미를 찾아냈다. 더 이상 음기(陰氣)가 길어질 수 없는 극한점에 와 있는 것을 보고, 이날 몇 가지 의식을 거행하여 음침하고 어두운 기운(질병, 고통, 악귀)을 몰아내려고 하였던 것이다.
우선 팥죽을 끓여 집 주변에 뿌리면서 액운이 사라지길 기원하였고, 그 팥죽을 식구들이 먹음으로써 몸에 붙은 병고와 재앙을 털어내려 하였다.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미숙한 과학을 빙자하여 동짓날 이러한 행위는 하나의 미신으로만 생각하여 오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첨단 과학이 기(氣)나 영계의 세계를 인정하면서 옛 선인들의 의식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붉은 팥은 집안에 악귀를 쫓고 가업이 불처럼 흥왕하기를 기도하며 사용하였다. 실제로 팥은 탁기를 흡수하는 기의 열매이고, 팥은 동의보감에 여름 내 먹었던 음식으로 위에 생긴 종기를 풀어주고 오염된 위와 장을 튼튼하게 치료하고 깨끗하게 세척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동지 시점에 팥죽을 끓여서 먹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과학은 짧은 시간의 탐구이지만, 경험은 수천 년의 체험적 지혜이다. 동지와 팥에 대하여 아직 밝혀내지 못한 것이 많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선인들의 지혜는 존중받아야 한다.
음의 기운이 강한 동짓날 기도하면 집중력도 좋아지고 따라서 기도의 효과도 좋다 한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동짓날 기도법회를 열어 일년간 지은 죄업을 씻어내고 한해를 무사히 보낸 것에 감사하고, 새해에 만복이 들어오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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