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넷째주 일요법회(10,23/일)
본문
가을단풍이 구름산 자락 금강정사까지 내려온 10월 넷째주 청명한 가을.
일요법회가 사부대중 다함께 여법하게 봉행되었습니다.
법사스님이신 봉은사 포교국장 석두스님께서 사람의 어리석음을 말하는 수주대토(守株待兎) 에 대해 말씀해 주시며 서산대사의 제자인 청매인오(靑梅印悟)스님의 선시 십무익송(十無益頌)과 12각시를 일러 주셨습니다.십무익송은 아래 법회보를 참조해 주시고 12각시 선시 한편을 올려드립니다.
우리 모두 어리석음을 알아차리는 불자로 거듭나시기 바랍니다.
깨달음은 깨닫는것도 깨닫지 않는것도 아니요 / 깨달음은 깨달음없이 깨달음을 깨닫는 것이다.
깨달음을 깨달았다함은 깨달음을 깨달은 것이 아니다. / 홀로 참된 깨달음이라 말할게 어찌 있으랴
- 공양당번 보현구 -
수주대토(守株待兎)
봉은사 포교국장 석두스님
멀티플레이어(multyplayer) -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
불법을 잘못 오인하게 되면 마치 좌선하여 부처를 이루는 것이 최고의 가치로 치부될 수가 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앞만 보고 정진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가 않다.
그리 애써도 깨달음이 쉽게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사회에서 요즘은 통섭의 학문이 유행한다고 한다.
사회적인 학습법이 불교 공부법과 일치할 수는 없지만, 우리도 이 공부법의
장점을 배우고 응용해볼 가치는 있는 것 같다.
깨달음 지상주의자들에게 특히 필요한 공부법일 것이다.
수주대토(守株待兎)란 한 가지 일에만 얽매어 발전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비유할 때 쓰인다. 옛 사람의 깨친 이야기를 나의 삶의 문제로 가져오지 못하고
깨친 인연에 집착하는 어리석음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십무익송(十無益頌)
심부반조 간경무익(心不返照 看經無益)
자기 마음을 돌아보지 못하면, 경전을 읽어도 아무런 이익이 없고
부달성공 좌선무익(不達性空 坐禪無益)
자성이 공함을 통달하지 못하면, 좌선을 하더라도 이익이 없고
경인망과 구도무익(輕因望果 求道無益)
원인을 가벼이 여기고 결과만 바라면, 불도를 구하여도 이익이 없고
불신정법 고행무익(不信正法 苦行無益)
정법을 믿지 못하면, 고행을 하더라도 이익이 없고
부절아만 학법무익(不折我慢 學法無益)
아만을 꺾지 못하면, 불법을 배워도 이익이 없고
내무실덕 외의무익(內無實德 外儀無益)
안으로 참다운 덕이 없으면 겉모습만으로는 이익이 없고
흠인사덕 제중무익(欠人師德 濟衆無益)
다른 이의 스승이 될 덕이 없으면, 중생을 제도한들 이익이 없고
심비신실 교언무익(心非信實 巧言無益)
마음에 믿음과 신실함이 없으면서 말 잘해도 이익이 없고
일생괴각 처중무익(一生乖角 處衆無益)
일생동안 자기 고집을 버리지 못하면 대중과 함께해도 이익이 없고
만복무식 교만무익(滿腹無識 驕慢無益)
뱃속에 무식함만 가득하면, 교만해도 이익이 없다.
서산대사의 제자인 청매인오(靑梅印悟, 1548~1623)스님께서 남기신
‘열 가지 무익함에 대하여 쓴 게송’은 불법에 대하여 공부하는 이들이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내 삶이 참다운 인간다운 삶인지를 살피는 것이 먼저라는 말씀이다.
인간적 자질의 기본을 닦은 연후에야 불법을 제대로 닦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있고 불법이 있지, 불법이 있고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