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송년법회(12/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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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5(2021)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법회가 대웅전 현장법회 및 유튜브 실시간 온라인법회로 봉행되었습니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 및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봉행되었는데요. 먼저 2021년 한해를 뒤돌아보는 슬라이드 상영과 환희지 부회장님의 송년인사에 이어 벽암 지홍스님의 송년법문, 이후 열심히 금강정사를 위해 봉사해 주신 세분의 신도님들(묘혜보살, 감로심보살, 무주거사)과 행원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상(대오 거사) 표창패 전달식이 진행되었습니다.
벽암 지홍 스님께서는“욕심을 덜어낸 빈 마음이 삶을 여유롭게 한다"는 법문 말씀으로 남은 연말은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삼아야겠습니다.
오늘 법회 사회는 도안 거사님, 집전 대각 거사님, 슬라이드 지킴이 여련심 보살님, 현광명 보살님의 발원문 낭독, 보현구의 발열체크 및 공양 나눔봉사와 거사구의 주차관리 봉사였습니다.
지홍스님의 송년법회 유튜브 동영상법문 : https://youtu.be/5aWOobeoJug
사진으로 보는 2021금강정사 동영상보기 : https://youtu.be/RkxrzR5YOmc
환희지 이난희 신도회 부회장님의 인사말씀 : https://youtu.be/GR8t2R1YgzM
오늘 법회모습.. 사진으로 함께하세요~~~
비운만큼 새 삶이 찾아든다.
벽암 지홍스님
모든 생명들이 그렇게 활기차게 잘 살 수 있는 것은 텅 빈 허공이 있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온 세상을 다 담아도 텅 빈 허공(虛空), 그 빈자리가 있었기에 지구가 돌 수 있으며, 태양이 빛을 뿌릴 수 있고 대지가 생명을 키울 수 있다. 만약 텅 빈 허공이 없었다면 작은 풀잎 하나도 자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한량없이 크고 소중한, 텅 빈자리가 사람들 내면에도 필요함을 알아야 한다. 몇일 후면 신축(21)년이 지나고 임인(22)년이 밝아온다. 새해는 우리 모두 낡은 생각은 비우고 텅 비운 마음자리에 새 시대의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자. 우린 가끔 한 점 번뇌도 욕망도 찾아볼 수 없는 해맑은 미소에 깃든 텅 빈 마음을 볼 때가 있다. 그 비어있음의 여유가 사람들에게 잔잔한 기쁨과 따사로운 위안을 준다.
몇 년 전에 보았던 충청도 어느 산골에 사는 노부부가 떠오른다. 그 촌부(村夫)는 말한다.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어 매일 매일이 행복하다고. 그들 노부부는 욕심 없이 흙에 살면서 생명을 키우고 있다. 이른 아침 한바탕 일을 끝낸 다음의 한가로운 시간, 그 한낮 사람하나 보이지 않는 들녘에선 곡식이 자라고 텃밭에선 푸성귀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그들의 마음 또한 높기만 한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구름만큼이나 가볍다. 노부부는 먹을 것을 염려하지는 않지만 결코 부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자식들이 가까이에서 봉양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충분하다. 과한 욕심을 떠난 청빈(淸貧)한 삶이 주는 여유와 만족이다.
그런데 요즈음 사람들은 어떤가. 그저 많이 배워서 많이 알고 많이 모아서 많이 가져야만 잘사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채우고 채워야만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어리석게도 비워서 얻게 되는 충만함을 알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쉴 틈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자신을 위해 쉬지 않고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채워보려고 서두르는 사이 마음에는 탐욕, 이기심, 아집 등 부질없는 것들로 가득 찰 뿐 만족은 없다. 그 황량하고 거친 마음엔 나와 내 가족 이외에는 그 누구도 들여놓을 틈이 없다. 마음의 여유를, 생활의 여유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삶은 당연히 삭막하고 고통스럽다. 어디 그뿐인가. 지금 세상은 개인 이기주의를 너머 집단 이기주의가 팽배하다. 오직 이익을 위해서 모이고 또 힘을 발휘한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다. 그러다가도 이해타산이 맞지 않으면 금방 헐뜯고 흩어진다. 또한 편리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기심 때문에 파괴되어 가는 소중한 자연환경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모두는 바늘 하나 꽂을 틈 없이 가득 찬 사람들의 욕망 때문이다. 이 욕망을 비우고 또 비워야 한다. 산하대지를 다 품고도 여전히 비어있는 허공 같은 마음에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도리(道理)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요즈음 세간에선 명상수행이 유행이다. 분주한 일상에서 떨어져 나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번뇌로 가득 차 있는 나를 보려 하는 것이다. 부질없는 것들을 비우고 또 비우는 시간이다. 그 비어있는 마음에서 따뜻한 사랑과 배려의 감성이 싹트고, 밝은 지혜의 안목이 열린다. 물론 사람 사는 일은 바쁘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도 가야하고 또 승진도 해야 한다. 그리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도 벌어야 한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쉬어감이 필요하다.
옛날에는 두 평 남짓한 작은 방에 작은 앉은뱅이 책상과 작은 책꽂이 그리고 벽에 걸린 횃댓보가 전부였던, 그래서 한결 넓어 보였던 우리 방이 있었다. 그 텅 빈 방에 비 오는 날에는 빗소리가, 맑은 날에는 눈 부신 햇살이 그리고 우리의 꿈이 가득했다. 작지만 간결하게 정돈된 방이 그리고 욕심을 덜어낸 빈 마음이 삶을 여유 있게 한다. 그 비워둔 자리에 만족스럽고 따뜻한 삶이 찾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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