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셋째주 기도법회(10/17,일)
본문
갑작스레 기온이 뚝 떨어져, 저절로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10월 셋째주 일요일 아침, 차가운 온도속에서도 사찰을 찾으신 불자님들과 스님들이 예불을 올립니다. 코로나19 조기종식을 위해 다함께 합송하는 보배경에 이어 동명스님께서 “ 유익하게 등산(登山)하는 법 ”이라는 주제로 법문을 해 주셨습니다.
또 한쪽에서는 도량 청소 운력을 해주시는 거사님들과 보살님들이 있는 금강정사의 정겨운 일요법회아침 풍경입니다.
사회에 원경 거사님, 집전 청여 거사님, ppt 자인향 보살님, 발원문 낭독에 정견행 보살님, 발열체크 및 점심 공양물 나눔에 보현구이었습니다.
동명스님의 유튜브 동영상 법문 : https://youtu.be/qnaEVNrGy3k
- 10월 셋째주 일요법회 -
- 부처님께 예경합니다 -
- 중앙승가대 수행관장 동명스님의 법문이 있는 셋째주 일요법회 -
-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발원문 낭독 -
- 법회중 공양실 배수관 청소운력중인 보현구의 범산거사님 -
- 교육관 청소 운력중인 보현구의 무주 명등님과 집묘화 보살님 -
유익하게 등산(登山)하는 법
중앙승가대 수행관장 동명스님
오늘은 등산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등산하기에 좋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도 큰 축복입니다. 실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등산을 통해서 심신을 단련하는 데 익숙해 있습니다. 그러나 등산을 유익하게 활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인도 사람들은 등산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불교경전 속에는 등산에 관한 가르침이 별로 없습니다. 대신 비슷한 내용을 살펴봅니다.
부처님의 제자 중에 출가 전에 비파를 잘 탔던 소나라는 비구가 있었습니다. 소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37조도품을 열심히 익히고, 앉았거나 다니거나 항상 바른 법을 닦고, 초저녁이나 밤중이나 새벽이나 잠깐도 쉬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수행에 진전이 없자 그는 ‘내가 부처님 제자 중 고행 정진하는 이로서는 제일인데, 수행에 조금도 진전이 없다. 아무래도 나는 그릇이 아닌가보다. 나의 집은 부유하니 차라리 환속하여 재가신도로서 충실하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같은 소나의 마음을 읽고 부처님께서 소나를 부르셨습니다.
인도 사람들은 등산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불교경전 속에는 등산에 관한 가르침이 별로 없습니다. 대신 비슷한 내용을 살펴봅니다.
부처님의 제자 중에 출가 전에 비파를 잘 탔던 소나라는 비구가 있었습니다. 소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37조도품을 열심히 익히고, 앉았거나 다니거나 항상 바른 법을 닦고, 초저녁이나 밤중이나 새벽이나 잠깐도 쉬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수행에 진전이 없자 그는 ‘내가 부처님 제자 중 고행 정진하는 이로서는 제일인데, 수행에 조금도 진전이 없다. 아무래도 나는 그릇이 아닌가보다. 나의 집은 부유하니 차라리 환속하여 재가신도로서 충실하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같은 소나의 마음을 읽고 부처님께서 소나를 부르셨습니다.
“비파 줄을 고르게 해 너무 헐겁지도 않고 조이지도 않으면, 미묘하고 부드럽고 맑은 소리를 낼 수 있었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정진이 너무 조급하면 오히려 들뜸만 늘어나고, 정진이 너무 느슨하면 사람을 게으르게 한다. 그러므로 너는 평등하게 닦고 익히고 거두어 받아, 집착하지도 말고 게으름을 짓지도 말고 상(相/想)을 취하지도 마라.”
소나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비파 타는 비유를 항상 생각하면서,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홀로 고요한 곳에서 선정에 들어 사색했다. 그리하여 번뇌가 다 끊어지고 마음이 해탈해 아라한이 되었다.
([잡아함경] [이십억이경]; [증일아함경] [지주품]; [불교성전] 234~235쪽)
등산할 때도 비슷합니다. 등산하는 사람의 유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무조건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 줄기차게 달려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둘째, 산 입구에 들어서서 조금 걷다가 카페나 식당에서 산을 올려다보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셋째, 적당한 보폭으로 자연을 만끽하면서 걷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늘은 도종환 시인의 [산을 오르며]라는 시를 읽으며, 등산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오늘은 도종환 시인의 [산을 오르며]라는 시를 읽으며, 등산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산을 오르기 전에 공연한 자신감으로 들뜨지 않고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숨 몰아 쉬다 주저앉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자만의 잰걸음으로 달려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게으르지 않게 하소서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숨 몰아 쉬다 주저앉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자만의 잰걸음으로 달려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게으르지 않게 하소서
잠시 무거운 다리를 그루터기에 걸치고 쉴 때마다 계획하고
고갯마루에 올라서서는 걸어온 길 뒤돌아보며
두 갈래 길 중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모를 때도 당황하지 않고
나뭇가지 하나도 세심히 살펴 길 찾아가게 하소서
고갯마루에 올라서서는 걸어온 길 뒤돌아보며
두 갈래 길 중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모를 때도 당황하지 않고
나뭇가지 하나도 세심히 살펴 길 찾아가게 하소서
늘 같은 보폭으로 걷고 언제나 여유 잃지 않으며
등에 진 짐 무거우나 땀 흘리는 일 기쁨으로 받아들여
정상에 오르는 일에만 매여 있지 않고
오르는 길 굽이굽이 아름다운 것들 보고 느끼어
등에 진 짐 무거우나 땀 흘리는 일 기쁨으로 받아들여
정상에 오르는 일에만 매여 있지 않고
오르는 길 굽이굽이 아름다운 것들 보고 느끼어
우리가 오른 봉우리도 많은 봉우리 중의 하나임을 알게 하소서
가장 높이 올라설수록 가장 외로운 바람과 만나게 되며
올라온 곳에서는 반드시 내려와야 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여
산 내려와서도 산을 하찮게 여기지 않게 하소서
가장 높이 올라설수록 가장 외로운 바람과 만나게 되며
올라온 곳에서는 반드시 내려와야 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여
산 내려와서도 산을 하찮게 여기지 않게 하소서
이 시를 통해 등산하는 자세를 생각해봅니다. ①등산할 때는 자만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산이건 오르다보면 만만치 않습니다. ②고갯마루에 올라서서는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겠습니다. ③두 갈래 길에서 당황하지 않겠습니다. ④나뭇가지 하나도 세심히 살피면서 걷겠습니다. ⑤늘 같은 보폭으로 걸으며 여유를 잃지 않습니다. ⑥정상에 오르는 것에 집착하지 않겠습니다. ⑦오르는 길 굽이굽이 아름다움을 느끼겠습니다. ⑧우리가 오른 봉우리는 많은 봉우리 중 하나임을 알겠습니다. ⑨정상에 오른 후에는 반드시 내려가야 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⑩산을 내려와서도 산을 하찮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옛 선사들은 등산이란 말 대신에 유산(遊山)이란 말을 썼습니다. 부처님께서 한 처소에 머물지 않고, 여러 지역을 두루 다니시는 것을 유행(遊行, paribbājana)이라 했듯이, 선승에게 산은 유행하는 대상이었습니다.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은 “사람들은 독서가 유산(遊山)과 비슷하다 하는데(讀書人說遊山似)/지금 보니 유산(遊山)이 독서와 비슷하다(今見遊山似讀書)”([독서는 유산과 같다(讀書如遊山)])라고 했습니다. 간단히 정리합니다. ‘독서하는 마음으로 등산하겠습니다.’
옛 선사들은 등산이란 말 대신에 유산(遊山)이란 말을 썼습니다. 부처님께서 한 처소에 머물지 않고, 여러 지역을 두루 다니시는 것을 유행(遊行, paribbājana)이라 했듯이, 선승에게 산은 유행하는 대상이었습니다.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은 “사람들은 독서가 유산(遊山)과 비슷하다 하는데(讀書人說遊山似)/지금 보니 유산(遊山)이 독서와 비슷하다(今見遊山似讀書)”([독서는 유산과 같다(讀書如遊山)])라고 했습니다. 간단히 정리합니다. ‘독서하는 마음으로 등산하겠습니다.’
지리산에서 동쪽 태백산에 뜬 달을 보고
금강산에서 서쪽 묘향산에 낀 구름을 보라
명산(名山)을 두루 밟고 마음의 눈을 넓힌다면
천하가 작다고 말해도 사뭇 괜찮으리라
智異東瞻大白月 金剛西望妙香雲 名山遍踏寬心目 天下小言庶可云
-침굉현변(枕肱懸辯, 1616∼1684), [산에 노닐다(遊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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