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스님 초청법회(4/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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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맞이 혜민스님 초청법회가 4월12일(일) 여법하게 봉행되었습니다. _()_
기사소식은 추후 수정 업데이트 됩니다..^^













상황이 좋아져도 늘 불안한 나를 위한 작은 틈
고담 혜민 스님
퇴근길 지하철 안, 사람에 떠밀려 서 있는 채로 단톡방 알림이 연달아 울립니다. “오늘도 수고했어” 같은 말은 없고, 내일 아침 회의 자료와 상사의 한 줄 피드백이 또 올라옵니다. “이건 내일 얘기해도 되지 않나?” 싶은데, 머릿속은 벌써 내일의 표정과 분위기를 상상하며 바빠집니다.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면, 그제야 하루가 끝나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그때부터가 시작입니다. 오늘 상사가 던진 한마디, 동료의 무심한 표정, 연인의 느릿한 답장 속도가 동시에 떠오르며 마음에 작은 가시처럼 걸립니다. 딱히 큰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가슴 한쪽이 계속 불편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보통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내가 요즘 너무 예민해졌나 봐.”
“마음이 약해서 그런 거겠지.”
“이제는 좀 단단해져야겠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하고, 운동도 더 하고, 더‘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를 쓰게 됩니다.
자격증도 따고, 가족들도 잘 돌보며, 이런저런 공부도 계속하면서 조금만 더 버텨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애쓸수록 마음은 더 남들보다 뒤처진 것 같고, 상사나 동료의 작은 말 한마디에도 더 자주 흔들리는 날이 많아집니다. 정말 내가 유난해서 그런 걸까요? 정말 나만 마음이 약해서 이렇게 자주 힘든 걸까요?
이런 말을 건네고 싶어요. 당신이 너무 예민하고 부족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너무 애써서 그럴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나’라는 사람 자체가 아니라, 마음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방식에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겪는 많은 괴로움은 사건 그 자체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상사가 인사를 받지 않고 지나간 일, 연인이 답장을 조금 늦게 한 일, 명절 식탁에서 친척이 던진 한마디. 사실만 놓고 보면 그저 “그 일이 있었다”일 뿐인데, 그 뒤에 이어지는 해석과 상상, 과거의 생각들이 괴로움을 키웁니다.
그 근본은 밖의 환경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마음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되며, 마음이 곧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근본이 됩니다.
우리의 마음은 농터와도 같습니다. 농부는 봄이 되면 밭을 갈고 밑거름을 주며 정성껏 씨앗을 뿌립니다. 그러나 씨앗을 뿌린다고 해서 저절로 좋은 결실이 맺히는 것은 아닙니다. 농작물이 자라는 동안 잡초도 함께 자라기 때문에, 농부는 무더운 여름 내내 잡초를 뽑고 병충해를 막으며 끊임없이 밭을 돌봅니다. 또한 밭의 기운이 약해지면 웃거름을 주어 토질을 더욱 기름지게 합니다.
이렇게 정성을 들여 가꾼 밭에서 자란 곡식은 병충해를 이겨낼 힘을 지니고, 풍성하고 건강한 결실을 맺게 됩니다. 반대로 토질이 부실하고 가꾸지 않은 밭에서는 작물이 병들기 쉽고, 결실 또한 빈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농사는 단순히 씨앗을 뿌리는 일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씨앗을 뿌리기 이전에 밭을 잘 갈고, 거름을 주어 기름진 땅을 만드는 일이 더욱 중요합니다. 잘 다듬어진 기름진 땅이 있어야 농작물이 건강하게 자라고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농부는 사계절 내내 땀과 정성을 들이며 밭을 가꾸고, 그 결과로 가을의 풍성한 결실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때의 농부의 마음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깊은 만족과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우리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마음이라는 밭에 어떤 씨앗을 심고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만약 우리가 마음의 밭을 돌보지 않고 방치한다면,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이라는 번뇌의 잡초가 저절로 자라나게 됩니다.
남과 비교하며 생기는 열등감과 교만, 타인을 향한 미움과 원망,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욕심은 우리의 마음을 거칠게 만들고 결국 삶을 괴로움으로 이끌게 됩니다.
직장에서는 상사의 표정 하나에 하루가 흔들리고, 연애에서는 카톡의 온도와 속도에 내 기분이 좌우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가족과의 대화에서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서운함이 현재형으로 튀어나와, 사소한 말에도 마음이 출렁거립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이 모든 괴로움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사건보다 먼저 달려가는 생각들, 과거의 렌즈를 끼고 현재를 보는 버릇,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앞당겨 걱정하는 마음의 습관입니다.
그 패턴을 함께 들여다보는 것에서 마음공부가 출발합니다.
“내가 이상해서 그런 게 아니었구나”, “마음이 원래 이렇게 움직이는 거였구나” 하고 깨달을 때, 우리는 나를 탓하는 생각들 속에서 한 걸음 벗어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생각이 쉬는 사이 문득 드러나는 것이 있습니다. 애쓰지 않아도, 완벽해지지 않아도,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아도, 나는 이미 자유롭고 온전한 존재였다는 사실입니다.
이 발견은 먼 산속 수행처에서만 일어나는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도,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순간에도, 생각이 잠깐 쉬어갈 틈만 주면 조용히 드러납니다.
‘내가 문제’라는 오래된 결론에서 잠시 물러나, ‘상황이 좋아져도 여전히 불안한 나’를 이해하고, 생각이 쉬는 그 짧은 사이에 발견되는 온전하고 자유로운 나를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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