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5(2021)년 봉축법어 - 벽암 지홍 스님(5/19,수)
본문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은 불기2565년 음력4월8일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부처님 오신날 봉축행사에 참석하신 사부대중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존경하는 사부대중 여러분!
오늘은 모든 중생과 인류의 큰 스승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날입니다.
지혜와 자비를 구족하신 부처님께서 중생 세계에 오신 날입니다. 오늘, 들에는 꽃이 피어 만발했고, 바람에 흔들리는 신록은 물결처럼 출렁입니다. 이렇게 좋은 날, 부처님은 룸비니 동산에서 석가족의 왕자로 탄생하셨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분, 고통에서 중생을 구제하실 분, 거룩하고 자비하신 성인이 오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심은 우리에게 더없이 큰 행복이며 기쁨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지극한 마음으로 두 손 모아 부처님 오심을 봉축합시다.
사부대중 여러분!
지금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세계 인류가 코로나 전염병 때문에 고통을 격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마비되었고, 우리는 삶의 터전인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참으로 절망스럽습니다. 이 절망스런 코로나 전염병이 창궐하게 된 원인은 인간의 탐욕적 삶의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인간이 탐욕적인 생활로 자연환경을 파괴하여 지구온난화 현상이 왔고 이로 인해 전염병이 창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이념과 총칼로 무장한 군사적인 전쟁보다도 인간의 탐욕인 것 같습니다. 탐욕은 공동체의 윤리와 질서를 무너뜨리고, 또한 우리 모두의 면역력을 파괴하는 악성 바이러스입니다. 이 탐욕의 바이러스를 방역해야겠습니다.
금강불자 여러분!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은 탐욕심을 내려놓고 자비와 지혜의 마음을 잘 가꾸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역행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코로나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 코로나에 의한 두려움에 움츠리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먼저 코로나 전염병으로 돌아가신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극락세계에 가서 태어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이 엄청난 재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의 모든 인류와 대한민국 정부와 방역 관계자 그리고 온 국민이 지혜와 용기를 잃지 않고 코로나 종식을 이루어 내기를 기원합시다.
사부대중 여려분!
지나온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역사의 변곡점에는 꼭 전염병이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했고, 전염병은 줄곧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말라리아와 장티푸스는 로마제국을 멸망시켰고, 스페인 군함에 실려온 ‘두창’은 남아메리카 잉카문명을 멸망시켰고, 악명 높은 페스트 전염병은 중세봉건 사회제도를 몰락시켜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습니다. 지금 전 세계를 공포의 독안으로 몰아넣은 코로나는 어떤 사회적 변화를 몰고 올지 예측할 수 없어 매우 우려가 됩니다.
분명 우리의 미래는 국제사회가 코로나를 극복해 생기를 되찾아도 코로나 이전의 상태로 복귀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아야 합니다. 코로나 이후를 잘 대응하고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불자 여러분!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은 인간의 실상을 알게 하시고 중생을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위해 오신 것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모든 중생의 행복과 안락을 위해 출가했고 수행하셨습니다. 그리고 최상의 깨달음을 이루시고, 중생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지혜와 자비를 실현하시고 계십니다. 우리가 부처님처럼 마음을 쓰고 살면 부처님은 항상 나와 함께 계십니다.
부처님은 인간 평등과 존엄의 가치를 세우셨습니다. 물질과 권력을 향한 탐욕과 독점이 득세하는 천박한 시대에 오직 공생의 원리가 진리이고 공동체적 삶이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그 가운데 사람이 주인임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과 상생의 공동체를 구현하여 전염병이 없는 청정국토를 건설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우리의 스승이요 모든 중생의 벗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은 오늘도 중생의 삶의 현장에 진리광명으로 계십니다.
불자 여러분!
오늘 부처님 오신 뜻을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으뜸으로 받들어야 할 가치는 바로 생명공동체의 가치입니다. 서로가 의지하며 평화와 행복을 이루는 상생의 세계가 공동체입니다. 인간과 모든 생명은 이웃의 도움과 은혜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하늘이 있어 땅이 있고 땅이 있어 하늘이 있습니다. 물과 바람과 땅과 햇빛의 도움으로 만물이 생장합니다. 농부와 어부와 노동자의 땀과 정성이 있기에 사람은 밥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선조와 부모님과 스승님이 있기에 내가 있고, 아름다운 인간의 정신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사부대중 여러분!
우리는 서로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고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길은 상생의 공동체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우리 사회는 우울하고 미래는 불투명합니다. 자연의 재앙이 생명을 위협하고, 야만적인 경제와 정치적 전쟁이 지구촌의 평화를 위협하고, 한반도 분단의 장기화가 민족공동체를 위협하고, 양극화와 갈등이 사회공동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한반도가 핵무기의 위협에 놓였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발원합니다. 편견과 차별을 내려놓고, 멈추어 서서 성찰과 참회를 기원합니다. 그리하여 세계 인류와 국민이 연대와 협력의 손을 잡고 평화와 행복의 길을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이웃을 부처님으로 모시는 일이 삶의 현장에서 구현되기를 발원합니다. 농민이 건강하게 논밭에서 호미와 괭이를 잡는 세상을..., 서민과 노동자가 일터에서 쫓겨나 거리에 나앉는 일이 없는 세상을, 아이들이 친구와 우정을 나누고 가정에서 웃소리가 나는 세상을, 청년들이 냉혹한 삶의 전쟁터에서 불안에 떠는 일이 없는 세상을, 노인들이 자식의 짐이 되어 쓸쓸히 석양을 바라보는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에 국가의 지도자, 지식인, 우리 종교인 불자들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중생을 떠난 부처는 없으며 고통의 세계를 구제함이 바로 평화의 불국정토를 구현하는 일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루어내야 할 평화의 공동체이며 역사입니다.
오늘 부처님 오신 날,
5월의 산천은 새소리, 바람소리, 초목의 푸른 빛, 그리고 형형색색의 연등과 들꽃이 부처님 오신 날을 찬탄하고 있습니다.
모든 분들의 가정에 부처님의 자비은혜가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 감사합니다. -
불기2565년 5월 19일(음4/8) 부처님오신날.
금강정사 주지 벽암 지홍 합장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