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0일 포살법회
본문
포살법회
법문: 주지스님
존재함의 인연과 배려
불수자성수연성(不守自性隨緣成)
-본래 정한 바가 없기 때문에 자성을 지키지 않고 인연 따라
생겨난다
한번 불행으로 맞이하면 영원히 불행으로 남아있어야 합니다. 그러
나 행복도 불행도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또 존재의 실체성을 띄고
있는 자성에 있어 그 성품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지 시시각각 인연 따라 변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이치를 제
행무상(無常)이라고 하고, 실재하는 자성이 없는 참된 성품을 공성
(空性)이라고 하며, 공성은 무자성이고 무자성은 진리의 덕성을 나타
내며 일체만법의 근원으로서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이 세상이 허망하고 무상하지만 그 가운데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무상의 이치가 있는 것이고 또한 변화되는 이치
가 그 존재에 근원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진실을 자각하여 그 진리인
이치를 체현하는 것으로부터 여래를 친견 할 수 있다고 금강경에서는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인연이 쌓이게 되면 좋은 인연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나쁜 인연이 쌓이게 되면 나쁜 인연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 곧 인과
응보라는 인연법인 것입니다. 지금의 불행도 선행의 씨앗을 자꾸
심으면 결국은 불행이 행복으로 변화되어 드러날 수 있기에 운명,
숙명, 천명이라는 타성에 빠져 삶을 나태와 방일의 수렁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이 때는 어른이 되면 좋다고 생각하고 막상 어른이 되면 어린
시절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커서는 결혼 못해 안달나다가
결혼해서는 남편, 마누라 때문에 죽겠다고 합니다. 아이가 없어서
안달하다가 아이가 생기면 아이 때문에 죽겠다고 합니다. 직장이 없
을 때는 직장들어 가려고 기를 쓰다가 직장 다니면 못 때려쳐서 안달
이고 집에 있으면 산에 가고 싶다고 하다가 산에 가면 모기 때문에 집
이 최고다 하고 늘 우리는 이렇게 모순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삶이란
결혼하면 둘이라서 좋고, 안하면 혼자라서 좋고,
아이가 있으면 귀여워서 좋고, 없으면 배짱 편해서 좋고
혼자 있으면 수행하기 좋고, 여럿이 있으면 포교할 수 있어 좋고
집에 있으면 편리해서 좋고, 산에 있으면 공기 좋아 좋고
돈이 있으면 보시할 수 있어 좋고, 돈이 없으면 수행할 수 있어 좋듯
이 어떤 인연에서도 걸림이 없는 삶입니다.
본래 정한 바가 없기 때문에(불수자성) 인연에 따라 나툴 수 있는(수
연성) 그런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가장 힘든 일에 몸을 던지는 사람이 가장 당당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가장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입니다.
그대로 인하여 그대가 있는 곳이 우뚝 설 수 있습니다.
성벽의 맨 밑에 있는 돌은 얼굴을 찡그리지 않습니다.
그 자체가 성곽이기 때문입니다.
개울물은 거기 있음으로 해서 강물의 핏줄이 됩니다.
그대도 거기 있음으로 해서
바다같이 크고 웅장한 것의 실핏줄을 이루고 빈틈없는
그물코가 됩니다.
그대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의 주목을 받지 못해서,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표시가 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물코는 한 곳만 끊겨 나가도 그리로 모든 것이 빠져 달아납니다.
그대가 거기 있음으로 해서 크고 완전한 것이 존재하는 겁니다.
거대한 바닷물도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서 이룬 것입니다.
여윈 개울물 한줄기야말로 강물의 근원이요 모태인 것입니다.
그대도 그처럼 근원이요 출발입니다.
그대 늘 거기서 시작하세요.
그대는 크고 거대한 것의 시작입니다.
도종환님 산문집 中에서 ---그대 거기 있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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